어바등.

 

트위터에서 유명한 남주 현판을 고르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 같은 유명도의 소설. 

요즘 동일 작가가 차기작을 내며 더욱 핫해진 소설이다. 난 차기작 공개되기 전부터 봤지만 어쨌든 그렇다.

구체적인 후기는 더보기로 뺀다. 

이하의 내용은 어바등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불호를 보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절대 열지 않기를 권고한다. 

나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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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의의 순환을 원한다.

 

캬~ 얼마나 멋진 문장이냐? 사람 서로 돕고 사는 거 우로보로스처럼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거잖아. 선의가 선의를 낳고 세상이 그렇게 크지 않아도 작고 귀중한 선의로 채워지길 바란다는 거 얼마나 멋져? 

하지만 멋짐과 재미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제대로 후기를 써볼까 했는데 그만한 의욕이 안 난다. 각설하고 솔직히 재밌는 구간이 딱히 없다. 읽으면서 여기 정말 짜릿하고 재밌었지 하는 구간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신해량 시체모독 당할 때 정도가 기억에 남을까? 내가 이상성욕자인 게 아니라 무섭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구간에서 텐션이 팽팽하다고 느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사이비들 몰려들어서 오오 구해주소서 할 때도 별 느낌 안 났다. 모든 긴장이 무난하다.

 

가장 강한 사람들이 박무현과 함께 한다. 강하고 선한 그들은 박무현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버리지만 않으랴? 재난 상황에서조차 극한으로 훈련 받은 그들이 민간인 따까리 1의 의견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경청하고 따른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내린 박무현을 보며 누구도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뜻을 꺾지 않는다. 못미더운 듯 받아들여진 그 결론은 박무현의 어떤 기개에 대한 탄복이나 애정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그가 보여주는 선의는 결코 리스크가 되지 않고 언제 어떻게든 여러 방식으로 보답받는다. 제니퍼한테 손가락 잃었잖아요? 손가락이 리스크나 되냐? 덕분에 그러고도 선의를 잃지 않는 박무현에 대한 백애영의 애정이 돌아왔다. 날 금고에 넣고 아껴주고 싶은 살인기계미녀용병이라니 맙소사... 

사실 정말 보답을 받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이런 행동이 보답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다음 순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속여야 한다. 끊임없이 보는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견고한 보상의 체계는 그런 걸 보장하지 않는다. 속일 수 없다. 잃은 건 메타적으로 언제든 보상받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잃지도 않을 것이다.

깨끗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은 박무현에게 몰려든다. 그들은 결코 박무현을 의심하거나 배신하지 않는다. 정상현 혼자 한남쓰레기력을 모두 짊어지고 이야기에 투신한다. 그래서 정상현이 특별히 밉거나 답답하지도 않았다. 정상현이 가진 못생겼고, 키 작고, 비만에, 여혐하고, 피해 의식에, 이기적이고, 강약약강이라는 속성은 그의 주위에 몰려든 매력적이고 깨끗한 사람들이 그런 결점을 가져가지 못해서 그 혼자 다 처먹은 것이니까. 이 캐릭터로 인한 불쾌함은 그렇게 하므로서 신서백을 필두로 한 '좋은 사람 무리'를 표백했음에 있다. 탈출정으로 올라와 바다에서 유리에를 추행하려 한 장면에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그걸 뭐 하려고 넣은 장면인지 모르겠다. 못된 캐릭터는 지능도 부족하고 생존 본능도 갑자기 소거되고 그래야 하나 보다. 그렇다고 이 캐릭터가 뭔가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빨 좀 부러지고 주먹 몇 대 맞은 걸로 좋은 사람들의 분노의 샌드백 몇 번 감당하고 적당히 넘어가진다. 체감상 학습 만화에서 치마 들춰진 발화점 낮은 소녀들이 빠직을 띄우며 주먹 들고 배경에 화염이 불타며, 정상현은 머리에 혹으로 다보탑을 쌓은 그런 그림이 느껴졌다. 그랬던 그는 무너진 무한교 앞에서 피자 떵개하면서 수금...그리고 다시 40kg증가... 그렇군. 잘 알겠습니다. 이 캐릭터의 내적 쓸모도 모르겠고 의도는 더더욱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쓰다보니까 갑자기 지친다 ㅁㅊ... 

사실 구체적으로 악플을 달 만큼 싫지도 않았다. 캐릭터 빌딩이 매력적이란 생각이 안 드니까 재미도 없고 짜증의 고저 편차도 크지 않다. 그냥 재미가 없었다. 인류애의 롤러코스터라는데 인류애의 고점과 저점을 느낄 만큼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진심으로 부럽다. 나도 그러고 싶다. 나도 재밌게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진심으로 슬프다. 나도 신해량과 김재희를 사랑할 수 있어서 해량무현재희라는 덮밥을 즐길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다못해 이 이야기를 즐겨서 박무현 순덕이 될 수 있었더라면... 

그러지 못하니까 제가 메이저가 못됐겠죠. 

이번에도 남주 판타지물에 실패했다. 문송스급망되적왕사데못죽어바등...또 뭐봤지?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다 실패했다. 

성공하는 날이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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