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5. 16:11

전작보다 더 좋은 후속작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진 계급 투쟁
아케인은 리그오브레전드의 팬으로서 대단한 수작이지만, 1의 아성에는 역시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원작을 모르더라도 처음 보는 캐릭터들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던 1과는 다르다. 왜 달라야 했는지 이해는 하는데, 그게 도리어 완성도를 해친다.
시즌 1이 9화에서 약속한 것은 '달라진 우리' 다. 징크스는 실코를 잃고 바이와의 관계 변화를 선언한다. 자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징크스가 (비록 바이가 필트오버를 결코 대변하진 않음에도) 필트오버와 자운의 관계가 이 폭발로 변화하리란 선언을 했다. 시즌 2에서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게도... 이 폭발이 가져오게 될 수많은 사회적 파장이다. ~3화까지는 이 기대를 끌고 나가는 것 같았다. 방식이 의아할 수는 있으나 어쨌든 예상한 것을 가져오기는 했다. 의아해지기 시작하는 건 여기에 빅토르 - 제이스의 마법 공학 사가가 끼어들면서다.
사실 빅토르 - 제이스의 마법 공학 사가는 아케인의 핵심 중 하나이며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다. (애초에 제목이 아케인이니까) 전체적인 완성도도 나쁘지 않았고, 서사적인 놀라움도 있었다. 원작을 아는 팬들이라면 로브를 쓴 사람을 대부분 라이즈로 추측했다. 그래서 그 정체가 빅토르였다는 건, 오히려 원작을 아는 사람이 걸려 넘어지는 신선한 함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별개로서는 충분히 재밌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아케인 이슈와 자운 - 필트오버의 뿌리깊은 계급 이슈가 겹쳐졌을 때... 후자가 '덜 중요한 것' 으로 치부되었다는 점이다. 내부 설정적으로나 메타적으로나 말이다.
두 도시를 넘어서 룬테라가 위험할 수 있는 아케인 이슈 앞에서 단결하자는 제이스의 선언은 당연하지만 공허하다. 시즌 1을 통으로 할애하며 만들어낸 서사와 2의 초반까지도 자운 - 필트오버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두 도시의 관계는 제이스의 연설까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단지 더 '위험한' 문제 앞에서 뒤로 미루어졌을 뿐이다. 시청자가 느끼는 위화감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아케인 사가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앞에서의 사회적 투쟁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두 도시의 단결은 엉성하다. 자운이 너무나 너그럽다. 자운에게는 입장이 없다. 자운은 요구하지 않는다. 필트오버만이 요구를 하고, 자운은 그냥... 좀 화난 티 내다가(사실 이것도 잘 모르겠다.) 수용한다. 징크스보다도 투쟁에 관심 많던 세비카는 한 마디도 안하고 장을 뜨더니 합류해서 목숨 걸고 싸워주고... 징크스는 정체성 정치를 벗어 던지자더니 순식간에 성녀가 되어 있다. 실코가 살아 있었으면 이 어거지 단결에 피를 토했을 거다. 심지어 마지막 추모 연설까지 케이틀린이 한다... 자운인들은 대체 어디에? 화룡점정은 의석에 자운 출신 세비카 하나 앉혀준 거겠지... 7인 다수결 의회에서 ㅋㅋ 하이머딩거도 정치질 당하다가 쫓겨난 마당에 의석 하나 내주는 게 변화의 의미인가?
나는 아직도 케이틀린의 카멜레온 변신이 좀 이해가 어렵다. 보수 적폐녀까지는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는... 그래 여미새는 무서운 것이다... 케바가 잤으니 만족해야 할까...
필요한 이야기인 건 알겠는데, 넘어가는 과정에 좀 더 시간을 할애했으면 나았을까 싶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시즌 1이 왜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주창하던 계급의 문제가 너무나 흐지부지 망가져서... 이걸 명확히 결론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면 (이해는 한다) '세계적인 문제'로 넘어갈 때 좀 더 부드러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뭐 다 돈 문제겠지 시즌 못 늘린 건... 녹서스도 해야되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이해는 하는데 내가 아쉽다는 뜻이다.
아쉬운 것만 말하려는 건 아니고, 영상미는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한다. 1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충격적. 다만 너무 스타일을 남발해서 좀 정신이 없던 것 같기도... 연속된 뮤비를 보는 것 같았다. 좋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난 좀 감했어도 좋았으리라 본다. 아니면 중간에 좀 휴식 구간을 넣든... 근데 그것도 다 분량과 시즌과 뭐 그런 문제겠지요
그럼에도 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팬이고, 아케인이 좋다. 짱!!
녹서스에서 만나자 카타리나 르블랑아~